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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때를 맞추네, 때를 맞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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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때를 맞추네, 때를 맞춰!
  • 전민일보
  • 승인 2015.05.1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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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덕 원광대학교 강사

 
山梁雌雉時哉時哉

하찮은 까투리도 도망쳐 날아오를 때 날아오르고
내려와 앉을 때 내려와 앉는다는 말입니다

어느 날 공자와 자로가 조용한 산길을 거닐다가 갑작스런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 인기척에 놀란 까투리들이 푸드득거리며 날아오르는 소리였습니다.

훌쩍 날아오른 까투리들은 하늘을 한 바퀴 빙 돌고난 다음에 다시 내려와 앉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공자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합니다.

산 속 다리목의 까투리들, 때를 맞추네, 때를 맞춰!(山梁雌雉時哉時哉)

모든 게 때가 있듯이, 하찮은 까투리도 도망쳐 날아오를 때 날아오르고, 내려와 앉을 때 내려와 앉는다는 말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 말하면, 적절한 때(時)에 맞추어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앉을 줄 아는 까투리처럼, 사람도 마땅히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와 숨겨야 할 때를 잘 살펴서,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설 때 물러서야 한다는 겁니다.

주변을 한 번 돌아보십시오. 나설 때 나서지 않고 물러설 때 물러서지 않아서 낭패를 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공자는 하찮은 까투리의 몸짓에서도 사람이 어떻게 처신해야 되는지를 보았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웃지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자로가 그 자리에서 활을 쏘아 까투리 한 마리를 잡더니, 맛있게 요리해서 스승에게 바치는 겁니다.

공자는 적절한 때(時)에 맞추어 날아오를 줄 알고 다시 내려와 앉을 줄 아는 까투리를 보면서 때를 잘 맞춘다고 칭찬한 것인데, 자로는 ‘스승께서 제철에 맞는 암꿩 고기를 드시고 싶으신가 보다!’고 생각하며, 까투리를 잡아 요리해서 스승에게 바쳤던 것입니다. 한참 오버한 것입니다.

공자는 까투리가 죽게 될까봐 걱정이 되어서 “까투리들아 떠날 때야, 떠날 때야!”라고 말한 것인데, 자로는 “밥 때로구나, 먹을 때가 되었구나!”라는 뜻으로 해석했던 겁니다. 그런 자로에게 공자는 어떻게 했을까요?

자로가 까투리를 잡아 바치니, 세 번 냄새만 맡으시고 일어나셨다. 공자는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자신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채 애꿎은 꿩 한 마리만 죽인 것에 기가 막혔습니다.

공자는 제자가 요리해서 받친 꿩고기를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너무 충직한 제자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꿩고기 냄새를 세 번 맡았을 뿐 먹지 않고 그대로 일어나서 길을 떠났습니다. 스승인 공자와 제자인 자로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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