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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바늘 없는 낚시를 하던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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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바늘 없는 낚시를 하던사람
  • 전민일보
  • 승인 2015.04.2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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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영 전주교대 평생교육원 교수

 
太公曰見善如渴聞惡如聾 又曰善事須貪惡事莫樂

“착한일을 보거든 목마른 듯이 하고 악한 말을 듣거든 귀머거리처럼 하라. 착한 일은 반드시 탐내야하고 악한 일은 즐기지마라”

강태공(姜太公)이 누구인지 잘 아시죠? 우리가 흔히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을 가리켜 강태공이라고 말하잖아요, 낚시를 하되, 바늘이 없는 낚시를 하던 사람 말입니다.

그는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세월을 낚으며 때를 기다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좋은 세상을 만나서 자기가 품고 있는 큰 뜻을 이룰 수 있을 때를 기다리던 사람입니다.

강태공은 주(周)나라 때 인물로 본명은 강상(姜尙)인데, 본명보다는 태공망(太公望)이나 강태공(姜太公)으로 더 많이 부르는 인물입니다. 태공망(太公望)은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선대(先代)인 태공(太公)이 오랫동안 기다리던(望) 사람이라는 뜻이고, 강태공(姜太公)은 강씨(姜氏) 성을 가진 태공(太公)이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은 괜히 유식한 척하면서 강태공이 강물(江)에서 낚시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그건 잘못입니다. 강태공의 강은 강물 강(江)이 아니라 중국 부족의 하나인 강씨(姜氏) 성을 가리킵니다.

중국 최고의 역사가로 칭송받는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제태공세가(齊太公世家)에 따르면, 강태공은 동해(東海) 근처 사람으로, 그의 선조는 우(禹)임금이 물과 땅을 정리하는 것을 크게 도운 공으로 여(呂) 땅에 봉해졌습니다.

본래 성(姓)은 강씨(姜氏)였는데, 그의 조상들이 여(呂)라는 땅에 봉해졌기 때문에 봉지(封地)인 여(呂)를 성으로 삼아 여상(呂尙)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 강태공이 말합니다.

태공(太公)이 말했다. 착한 일을 보거든 목마른 듯이 하고, 악한 말을 듣거든 귀머거리처럼 하라. 착한 일은 반드시 탐내야 하고, 악한 일은 즐기지 마라.(太公曰見善如渴聞惡如 聾又曰善事須貪惡事莫樂)

착한 일을 보면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듯이 덤벼들고, 나쁜 말을 들으면 귀머거리가 된 듯이 돌아서라는 겁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착한 일은 반드시 귀한 보물을 캐듯 욕심내고, 악한 일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태공(太公)은 말합니다. 공자(孔子)도 그런 태공을 본받아, 오로지 좋은 일만 하고 나쁜 일은 근처에도 가지 말라고 말합니다.

강태공은 낚시를 하되, 바늘이 없는 낚시를 하던 사람 말입니다. 그는 고기를 잡는 게 아니라 세월을 낚으며 때를 기다렸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나서 자기가 품고 있는 큰 뜻을 이룰 수 있을 때를 기다리던 사람이 강태공입니다.

늙을 때까지 몹시 가난하게 살면서 낚시질로 세월을 낚다가 마침내 주(周)나라 서백(西伯)을 만나 인생역전이 시작됩니다. 천하를 호령하며 자신의 꿈을 실현했던 것입니다. 그런 인물이다 보니, 강태공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보는 것도 뜻있는 일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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