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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위해 침묵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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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위해 침묵하지 말라
  • 전민일보
  • 승인 2015.04.16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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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다시, 4월 16일. 그리고 지령 3,000호 특별 기고>

어김없이 다시 4월이 왔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뚫고 풀잎이 초록을 더해가고 지천으로 온갖 꽃이 만발하여 눈이 환하다.

이러한 춘경을 놀이터 삼아 햇살이 따사롭게 뛰놀고 숲에서는 짝짓기 하는 새 울음소리가 어느 때보다 교태스럽게 들린다. 이렇게 봄은 마을 앞 징검다리를 건너 이미 왔지만 우리가 사는 집안 곳곳엔 거미줄처럼 겨울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아직도 떼어내지 못한 추위로 인해 봄이 오는 것이 싫고 두려운 이웃이 있다. 겨울에 대한 주식을 가지고 아픔을 경영하며 사는 이들이 너무 많다.

아! 4월 16일. 딱 일 년 전 이맘 때 우리는 맹골수로에 거꾸로 뒤집어진 배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정부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가졌다. 그런 대한민국이 물에 빠져 “살려 달라”고 절규하는 어린 생명을 한 사람도 외면하지 않고 다 살려줄 것이라는 단단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른들이 허둥지둥 제 목숨만 생각하고 도망치는 순간에도 우리 자녀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오히려 선생님들을 걱정했다. 이런 판국에 대한민국에서 어른으로 눈뜨고 고개 빤히 쳐들고 산다는 것이 낯간지럽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 1년이 지났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채 바다 속에 묻혀 있는 사람이 아홉이나 되고 유족은 지금도 가족을 잃은 고통속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세월호는 지금도 바다 속 슬픔을 건져 올리지 못하고 계속되고 있다. 사랑하는 새끼를 가슴에도 묻지 못한 애비, 어미들이 죄인 된 심정으로 전국을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아직도 과거형으로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인 세월호 문제와 관련하여 사건이 일어난 초기상황과 달리 국민적 관심이 시들해지고 있다. 국민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언론은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우리나라를 선진화 시키는데 많은 역할을 하였다. 특히 민주화 과정에서 언론이 미친 영향은 절대적이다. 과거 언론이나 집회·결사에 대한 자유를 박탈당한 채 살았던 암울한 시대에 언론은 국민이 열망하는 민주화에 대한 갈증을 용감하게 풀어주었다.

수많은 언론인이 서슬 푸른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주장하다가 투옥되거나 고문을 당했다. 국민적 투쟁을 통해 대통령직선제를 도입한 이후 민주화가 정착되면서 언론에 대한 자유가 크게 신장되었다. 언론매체수가 늘고 다양화됨에 따라 언론이 해야 할 역할과 사명 또한 높아졌다.

특히 지방화 시대에 지방신문이 해야 할 역할은 막중하다. 지방신문은 중앙지와 존재하는 이유가 다르다. 지역 뉴스를 전달하는 기본원칙에 충실하면서 지역여론을 이끌고 지역주민을 화합시켜야 한다. 그동안 지방신문은 이러한 순기능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2002년 창간한 전민일보가 지령 3,000호를 맞이했다. 어느 곳보다 지방신문이 난립한 우리 지역 발전에 밑거름이 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창간한 지 갓 세 돌을 맞았다. 경제적 환경이 열악한 우리 지역에서 신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살골을 넣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지방신문이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도 특정 권력과 야합하지 않고 진실을 왜곡하지 않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지금까지 달려 왔다. 정의는 늘 외롭고 고독하기 마련이다. 잘못된 관행을 거부하고 자기혁신을 꾀하는 것은 자기희생을 담보해야 한다.

아! 아픈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 날이 고독하기를 각오하고 자기희생을 다지면서 창간한 전민일보가 지령 3,000호를 발행하였다. 이것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숨 막힐 정도로 기막히지 않는가.

이 배경에는 전민일보에 대한 지역 주민이 바라는 기대와 함께 준엄한 명령이 도사리고 있다. 사회적 불의에 대해 눈먼 소경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사회적 아픔에 대해 귀가 먼 농아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도 우리사회는 직업윤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방신문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 주민에게 비난 받는 일이 많다. 왜냐하면 공정하지 못한 보도를 일삼거나 비리를 보고도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언론사나 언론인이라는 명함을 가지고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정신을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뾰쪽한 비난을 거세하고 전민일보는 언론사나 언론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를 지문처럼 새겨야 한다. 그래서 지역민에게 신뢰받는 언론사로 건강하게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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