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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흘려버리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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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흘려버리면 그만인데
  • 전민일보
  • 승인 2015.04.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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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영 전주교대 평생교육원 교수

 
休添心上火只作耳邊風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고 다만 귓가에 스치는 바람으로 여겨라”

조셉 마셜 3세라는 이가 있습니다. 라코타 인디언의 지혜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평생을 바친 이야기꾼입니다.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입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같은 반에 있는 백인 아이 두 명과 입씨름을 했습니다. 백인 아이들은 자기네가 알고 있는 온갖 별명을 부르며 조셉 마셜을 인디언이라고 놀렸습니다. 한 번씩 놀릴 때마다 점점 더 모욕하는 말들로 말입니다.

조셉 마셜도 있는 힘을 다해 대들었지만, 말다툼은 그의 완패로 끝났습니다. 화가 날 대로 난 마셜은 자신이 받은 상처보다 더 아픈 상처를 줄 수 있는 욕으로 반격하고 싶었지만, 심한 상처만 받은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던 조셉은 할아버지께 낮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습니다. 상처를 너무 받아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애들 말이 너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네가 그렇게 되도록 허용할 때만 그래. 걔네들이 너를 욕하기 위해 고약한 별명들을 총동원했지. 그런데 네가 그런 별명대로 변했니? 이를테면, 걔네들이 너한테 토끼 같은 놈이라고 놀릴 대, 네가 정말 토끼로 바뀌었니?” “아뇨.” “그렇지, 아무 것도 바꾸지 않았지?” “네.” “얘야, 그런 말들을 들으면 그냥 흘려버려라. 흘려버리면 그만인데, 너는 그 말들을 끌어안고 있구나. 네가 그런 말들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게만 한다면, 너에게 상처를 입힐 수 없단다. 말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생각해라. 어떤 말에 화를 내거나 성내지 말고 그냥 스쳐 지나가게 해라. 그러면 그 말들은 너에게 아무 힘도 쓰지 못한단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조용하면서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말씀은 조셉이 살면서 만나는 폭풍우들을 헤쳐 나가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고, 이제는 어느새 노인이 돼버린 그가 젊은이들에게 즐겨 들려주는 이야기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놀라운 일은 그가 할아버지의 말씀을 전해줄 때마다 젊은이들 가슴에 조용하면서도 강한 울림이 메아리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어리석고 흐리멍덩한 사람이 성을 내고 화를 내는 것은 모두 이치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 위에 불을 더하지 말고 다만 귓가에 스치는 바람으로 여겨라.(愚濁生嗔怒皆因理 不通休添心上火只作耳邊風)

어리석고 흐리멍덩한 사람일수록 화를 잘 냅니다. 사물의 이치를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화를 낸다는 게 무엇입니까? 자신의 마음에 맞지 않는 대상에게 성내는 것으로, 뜬구름처럼 한 순간에 일어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라지는 마음 작용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리분별력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성을 잘 내는 사람은 별 것도 아닌 일에 불뚝불뚝 성을 내고 고함을 지릅니다. 그런 사람은 자기 생각만 내세울뿐 분별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의 말은 그저 귓가에 스치는 바름으로 여기는 게 제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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