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팠던 적이 있어 글로써 적고자 한다.
수급자 팔순 노모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며 아들이 소란을 피운 내용이다. 몇해 전에 이혼한 아들은 노모에게 아이들만 맡겨놓은 채 타지에서 현장 일을 하며 지내는데 요즘 허리도 아프고 일거리도 없어 술에 찌들어 산다고 한다. 그런 아들이 수급자 노모에게 돈을 달라고 한 것이다.
정부에서 주는 돈과 남의 집 밭일로 번 돈을 손주들 키우는데 쓰고 있는 노모가 돈이 있을리 만무하였다. 돈을 달라고 보채는 아들을 피해 딸네 집으로 잠시 와서 있던 노모를 또 다시 아들이 찾아왔다. 돈을 달라고 하자, 돈이 없다는 노모에게 소리를 지르며 방바닥에 휴대폰을 내동뎅이 친 것이다.
돈이 없어 주지 못하는 노모의 심정이 어떠했으랴! 옆에서 지켜보던 누나가 보다 못해 신고를 하였고 출동을 하였다.
이미 자리를 뜬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집으로 오라고 한 후에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노모에게 소리를 지르고 휴대폰을 내동뎅이 쳐 가슴 아프게 한 것은 도리가 아니니 우선 죄송하다고 하는 것이 예가 아니겠습니까?”하니 아들이 노모 앞에 무릎을 꿇고 죄송하다며 허리가 아파 일을 못해서 그런 것이니 차비만 주면 돈 벌때 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다.
이를 듣고 있던 노모가 같이 눈물을 흘리며 옆에 있는 딸에게 돈 있으면 삼만원만 줘서 보내라고 한다. 당신이 담에 준다고... 지갑을 뒤적거리던 건강이 좋지 않은 누나가 지갑속 돈의 전부인 만원을 꺼내 동생에게 주었고 동생은 자리를 떴다.
아들이 자리를 뜨고 난 후 노모가 갑자기 몸빼속 전대를 꺼낸다. 전대속에서 꺼낸 두 번 접은 오천원짜리 한 장과 가방속에서 꺼낸 천원짜리 다섯장을 합쳐 만든 만원을 딸에게 건네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나의 가슴이 미어져 오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자식 부양 제대로 받지도 못하고 고생만 하다가 칠순에 저세상으로 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 일까?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내 지갑속에서 만원을 꺼내 노모에게 건네면서 어머니 같아서 드리는 것이니 그냥 받으시라고 했다. 그래야 내맘이 편할것 같다면서... 노모의 주머니에 넣어준 만원짜리 한 장을 바라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소리는 들었어도 이렇게 기막힌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있다는 생각을 하니 경찰관인 내 자신은 너무도 편하게 산다는 생각을 하였다. 적어도 매월 일정일에 봉급은 나오니 말이다. 그러면서 경찰관이 가야할 길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수급자 노모 같은 분에게는 듬직한 자식의 역할을, 술에 취해 길에 누워있는 주취자에게는 보호자의 역할을, 학교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학생들에게는 든든한 형과 아버지의 역할을 등등.
언젠가 ‘만원의 행복’이라는 프로그램이 TV에 방영된 적이 있는데 그 어떤 출연자보다도 나는 오늘 만원을 값지게 쓰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보면 단군의 자손이니 우리는 다 형제자매가 아닌가? 나는 오늘도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대한민국 경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