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침에 지방신문을 보면서 내가 나온 사진 기사를 보더니 하는 말이다. 서울정부종합청사에서 호남고속철도 원안시행촉구 결의대회를 했던 사진 기사를 보고 머리띠도 안하고 그것도 뒤에서 누군지도 모르게 나왔다는 얘기다.
정치인은 보여야 하는 직업임은 틀림없다. 보이지 않으면 그 존재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늘 보여야 한다. 노이즈마케팅이라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나을 수도 있는 직업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언론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인다. 누구든 행사를 진행하는 쪽에서 참석한 정치인 소개에 격이 맞지 않거나 소홀하면 뒷얘기는 좀 귀찮게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정치인 대부분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보다 보이는 곳에서 있기를 좋아하고, 그것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서 있기를 좋아한다. 은근히 자리다툼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다.
모두들 나서기를 좋아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것은 아주 사라지는 것이라는 신념이 있는 것이다. 이런 신념을 가지게 되면 보이지 않는 것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다. 그러면 우리자신도 보이는 것만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는 지 돌아보면 될 것이다.
대부분 그런 정보만 가지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더 많은 비언어적 요소들과 경험들이 개입해서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한 일정한 이미지를 갖는다. 어떤 행사장에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웃으면서 인사하는 모습이 진정성이 보였다면, 그것 하나로도 좋은 각인효과가 있음을 인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어떤 것을 하는 것보다 어떤 상태에 있는지가 훨씬 중요한지 모른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무엇을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는다는 것은 간단한 일은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보이지 않는 것에 관계된 일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움직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고 믿어야 보이지 않는 것을 가질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신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신이 주는 것을 받을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보이지 않는 것이란 마음에 관계된 일이다. 겉과 다름없이 안이 준비되는 것이다. 겉은 착해 보이는데 안이 그것과 같지 않다면 그것은 이미지마케팅이지 힘이 아니다. 그런 이미지 흔들리는 데는 3초도 걸리지 않는다. 마음의 힘이란 흔들림이 없는 것이다. 마음에 흔들림이 없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기초가 튼튼하다는 얘기다.
그런 기초가 있지 않고서는 원하는 사람들을 불러올 수도 유지하고 있을 수도 없다. 유지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뺏기는 순간 정치인은 남들이 하는 것을 보게 되고 자신을 그런 기법에 맞추게 된다.
남들에게 눈을 뺏기는 일은 정치인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은 아니다. 그것은 내가 나를 움직이지 못하고 남이 나를 움직이는 단계에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남들에게는 보이지는 않아도 늘 불안한 상태에 있을 것이고 떳떳한 경쟁보다는 치사한 경쟁을 하려고 할 것이다. 남이 하려고 했던 일을 먼저 가로채려고 할 것이고, 남이 했던 것도 내가 한 일로 둔갑시키려 할 것이다. 지역주민도 힘이 있는 사람만 만나려고 할 것이고, 나만 잘한다고 큰소리 칠 것이다. 치사하면서도 안쓰러운 일이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일 것인지에 대한 자기집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직업이 정치인이란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