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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보육대란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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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보육대란 치킨게임
  • 전민일보
  • 승인 2015.03.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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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율 전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 벌어지고 있는 보육대란 치킨게임에 학부모와 어린이집 종사자들의 애간장이 녹아내리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예전 선거에서 무상급식으로 재미를 본 야당에게 무상복지의 주도권을 빼앗긴 여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전면 무상보육을 들고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자치단체에서는 여당이 자치단체와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벌린 일이니 나는 모르겠다는 것이고, 정부는 자치단체가 무상급식도 하고 있는데 무상보육은 왜 못하느냐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3-5세 민간어린이집을 누리과정이란 명칭으로 유치원과정과 통합시키면서 책임공방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게 된다.

갑자기 책임을 떠맏게 된 교육청은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지도감독권은 도청에 있는데 왜 우리에게 책임을 미루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자꾸 뒷전으로 빠질려고 한다. 도청이 책임을 맡고 있던 지난해까지는 정부가 특별교부세나 예비비 등으로 땜질처방을 하면서 도청이 지방채를 얻어 마무리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자치단체에 떠넘기기는 일단 성공하였다.

그러나 금년부터 소관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바뀌면서 교육청과 중앙정부간 책임공방 2라운드가 다시 시작되었다. 정부에서는 교육청이 지방채 발행을 약속하면 예비비 5천억원을 주겠다는 것이고,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교육청은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예비비를 우선 달라는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전면 무상보육문제를 누가 야기하였는가에 대한 책임공방인 것 같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재정에 대한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의 시각차이에서 비롯된다. 중앙정부는 쓸 돈이 모자란데, 자치단체는 돈이 남아돌아 각종 축제 등 불필요한 곳에 흥청망청 쓴다는 것이다. 교육청만 하더라도 학생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시도 교육청에 내려주는 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그 남아도는 돈으로 무상급식을 비롯하여 무상교복, 무상통학에 이어 무상의료까지 예산낭비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가? 굳이 국정감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사자방’사례를 들지 않더라고 정부는 예산낭비를 했다하면 수조원, 수십조원 단위인데 자치단체에서 주민들을 위해 푼돈을 쓰는 것이 어떻게 예산낭비란 말인가? 지방자치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때다.

이 땅에 지방자치가 실시된지 20년이 지나, 이제 성년이 되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4할은 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2할 자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아직도 관선시대의 8:2 비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지방세를 확대하고 싶어도 세원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니 국세로 걷어서 교부금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치단체는 당연히 받아야 할 내돈을 받아오면서도 항상 허리를 굽혀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필자가 지방재정국장으로 있을 때 기획재정부와 피튀기는 싸움 끝에 지방소비세를 도입한 바 있다.

국세를 지방세로 전환한 첫 사례인데, 국세인 부가가치세의 5%를 떼어서 지방소비세로 징수하면, 일단 물꼬는 터졌기 때문에 10%, 20%로 인상하는 것은 시간문제 일거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방소비세를 도입한지 5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그상태 그대로 요지부동이다.

우리 전북지역 누리과정의 예산이 이번 3월이면 바닥이 난다고 한다. 이제 지루한 치킨게임을 멈추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정부는 성년이 된 자치단체가 이제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이 문제의 실마리가 풀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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