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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어떤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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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어떤 걱정
  • 전민일보
  • 승인 2015.02.05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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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록 칼럼니스트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전민일보에 [숙청(肅淸)]이란 글을 썼을 때이다. 평소 애정을 가지고 내 칼럼을 봐주시던 분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장 선생님! 이번 칼럼은 너무 세네요. 혹시라도 그 때문에 북한에서 선생님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걱정입니다.”

다행스럽게 아직까지 그 분이 걱정해주시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다른 글들과 관련해서도 전화 등을 통해 항의와 불만의 목소리를 접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내 글이 불편할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치러야할 부채(負債)와 같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다. 그렇다하여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미담(美談)만 내 글에 담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내가 쓰고자 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일선 사무처장님이었다. “선생님. 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하는 ‘백년편지’에 원고를 한 편 부탁드립니다.” 기쁜 마음으로 수락 말씀을 드리고 누구를 대상으로 쓸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결정된 인물이 남과 북 모두에서 공(功)은 사라지고 과(過)만 남은 너무도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그를 예산(禮山)에서 새롭게 만나게 되었다는 것과 누구도 쓰지 않았던 대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그와 관련된 책을 살펴보고 그의 자취가 서려있는 곳도 찾아보기로 했다. 그가 나서 자란 생가는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생가 터에 자리하고 있는 조그만 마트에서 70대 주인에게 물어보니 어렴풋이 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또한 그가 서당을 떠나 신학문에 입문한 대흥초등학교에도 들렸다. 더불어 그가 어린 시절 소를 데리고 나가 놀기 좋아했다던 신양천의 모습도 보고 왔다.

그렇게 원고를 작성했다. 원고 성격이 독립운동에 헌신한 분들에 대한 편지형식의 글인 만큼 그것에 충실하게 쓴 글이다. 그가 해방 후 남과 북 모두에서 비판 받는 부분에 대한 것은 그것대로 역사가 심판해야 할 몫이다.

나는 그 부분까지 그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그가 한국 독립운동사에 남긴 자취에 기반해서 썼을 뿐이고 글에서도 그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북한에서 처형됐고 남쪽에서는 여전히 금기(禁忌)의 인물이다.

김일성(金日成)은 그의 처형을 이렇게 명령했다고 한다. “증거고 뭐고 필요 없다. 오늘밤 이내로 즉시 목을 따버려.” 중국은 물론 소련에서도 그를 살리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끝내 처형된다.

후일 소련의 미코얀(Mikoyan, Anastas Ivanovich)은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그는 지식인이며 사람을 위협한 적이 없고 조선로동당 창시자 중 한 명이다. 처형을 반대하는 소련공산당의 의견을 평양주재 KGB 고문을 통해 건의 형식으로 전달했는데 잘못됐다. 소련공산당 중앙위 명의로 정식 통보를 했어야 했다.”

북한에서 그가 ‘미제의 간첩’, ‘종파분자’라면 남쪽에서 그는 ‘공산주의자’, ‘남로당의 수괴’, ‘월북인사’, 그리고 ‘6·25 전범(戰犯)’으로 남아있다. 그 책임의 많은 부분은 그가 짊어져야할 몫이다. 나는 편지에서 그 부분에 대한 생각도 분명히 밝혔다. 그럼에도 내가 소재로 삼은 인물이 위험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아버지의 바로 위형님이신 둘째아버지께서도 걱정 어린 당부를 하신다. 전주 KBS 총국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아시아투데이 부회장으로 계신 장두원 님이다. 그는 5·18참상을 최초로 방송에 보도한 당사자고 그로 인해 해직의 고초도 겪으신 분이다. 당시 방송국에 상주하던 보안사 요원은 “죽고 싶으면 방송하라”고 협박 했다고 한다.

그 서슬 퍼런 위협 앞에서 그는 이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내가 죽으면 광주시민들을 살릴 수 있겠다.” 혹시라도 내 글이 문제가 된다 한들 그 분이 보여주신 용기와 행동에 감히 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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