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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학교장은 교육자인가 관리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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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학교장은 교육자인가 관리자인가
  • 전민일보
  • 승인 2015.01.28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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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선 이리백제초교사

 
새해 벽두부터 경기도교육청에서 꺼내든 “교장의 수업 참여 권유”라는 화두로 교육계에서 토론과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교장이 수업을 하는 것이 합법적인가? 사례는 있는가? 어떻게 운영하라는 것인가? 교장권침해다. 등등 각자 처한 위치와 생각에 따라 토론이 가열되고 있다.

이 정책이 발표된 이후의 여론을 보면 상당수 국민들은 이런 경기도교육청의 권고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히려 비전문가인 교장이 수업을 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웃지 못할 우려를 하는 사람들까지도 있는 형편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0조에 따르면 “교장은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명시되어있기 때문에 학교장이 수업의 일부분을 담당한다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교감이 수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이 이러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장·교감에게 수업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경기도교육청도 강제보다는 권고수준으로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권고에 대해 최대 교원단체이며 학교관리자들이 주로 가입해있는 한국교총은 즉각 반발한다.

지난 1월 14일 전국초등교장협의회 연수장에서 안양옥 교총회장은 “이것은 교장을 교실안으로 좁게 들어가게 해 사고의 틀을 갇히게 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서 좁고 소박한 마인드를 갖게끔 하면...”이라며 성토하자 그곳에 모인 교장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 보수적 색깔을 같이하던 교총의 주장에 대해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교장 수업은 교육법상으로 모든 학생교육을 한다는 큰 틀에서 못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장과 교감은 교무행정을 관할하고 경영을 해야 하니까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라는 건 있다”라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발언과 거의 같은 내용을 말하면서 교총과의 온도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잇따라 1등을 달리는 핀란드는 물론 덴마크,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교육선진국들도 교장들이 일주일에 2∼22시간의 수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는 학생 상담을 전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독일 국민들은 ‘학교에서 가장 바쁜 선생님’으로 교장을 꼽으며 존경심을 보이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교총의 주장처럼 교장이 교실수업의 일부를 담당하면 교장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좁고 소박한 마인드를 가지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교장은 특별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다는 과거에도 교육자였고 현재도 역시 교육자라는 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히려 Head teacher라는 전문가적 자존감을 버리고 Captain이라는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둬버리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들기까지 한다.

실제로 교장이 수업을 않고 관리·경영만 하면 학생들과 거리감이 생긴다. 그러면 학교수업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되고, 교장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즉 교장의 수업이나 상담참여는 교육전문성을 키우고 학교의 합리적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점도 함께 봐주길 권유해본다.

4년째 직접 수업을 담당해 온 경기 상탄초 송병일 교장의 “교장도 선생님인데 학생과 소통하기 위해 약간의 수업을 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 할 사항”이라는 말이나, “교장이 된 것을 승진·출세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출세하고 싶으면 다른 길, 예컨대 교육청으로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내가 다른 평교사들보다 조금 위에 있지만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 명의 ‘교사’일 뿐이다. 교장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 나의 꿈과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자리다.”라며 한국교육자들이 독일 교육을 공부하러 갈 때 자주 방문하는 독일 베를린 학교 뵈머 교장의 교장 역할론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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