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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진’ - 어떤 새해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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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진’ - 어떤 새해 각오
  • 전민일보
  • 승인 2015.01.0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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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웅 전주대학교 씨름부 감독

 
을미년(乙未年) 새해를 맞이하면서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몇 년 전부터 참여한 공부모임의 선생님한테 질진(土至進)이란 호(號)를 받은 겁니다.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말기에 활약했던 사상가인 순자(荀子)가 쓴 「순자」 유좌(宥坐)편을 보면, 공자께서 “만일 개밋둑만큼이라도 쌓아 나아간다면 나는 그와 함께 하겠다.”는 뜻의 ‘여질이진 오여지(如土至而進吾與之)’라는 말이 나옵니다.

질진(土至進)은 공자가 한 ‘질이진(土至而進)’이라는 말에서 이(而)를 뺀 말입니다. 질(土至)은 개밋둑을 뜻하고, 진(進)은 나아간다는 뜻이니, 질이진(土至而進)은 개밋둑만큼이라도 꾸준히 쌓아 나아가라는 말입니다.

개밋둑은 개미가 땅속에 집을 짓기 위해 파낸 흙가루가 땅위에 쌓인 것을 말합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아주 작고 하찮은 겁니다. 발가락도 필요 없이 손가락 하나만 대도 무너질 정도로 보잘 것 없습니다. 보신분은 아시겠지만, 개밋둑은 사람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아주 작고 하찮은 것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가면 사람 키의 몇 배가 넘는 거대한 개밋둑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도 곡괭이로 내리쳐야 부서질 정도로 튼튼하고 견고하며, 그 속에는 보통 수백만 마리의 흰개미들이 공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는 이들이 모두 혀를 찰 정도로 말입니다. 조그맣고 연약한 흰개미가 어떻게 그토록 크고 튼튼한 집을 지었을까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작은 티끌이라도 쌓이고 쌓이다 보면 끝내는 거대한 태산이 된다는 말입니다. 티끌이 쌓이고 쌓여서 큰 산이 되고, 작은 실개천이 모이고 모여서 커다란 강이 되고 바다가 됩니다. 한 걸음씩 걸어 나가지 않으면 천리를 갈 수 없고, 작은 물줄기가 모이지 않으면 강이나 바다를 이룰 수 없습니다.

공자는 그렇게 하찮은 개밋둑만큼이라도 쉬지 않고 꾸준히 쌓아 나아가는 사람과 함께 하겠다고 했습니다. 높은 언덕만큼 쌓았더라도 거기서 멈춘다면, 그런 사람하고는 같이 하지 않겠답니다. 그런 사람은 얼마 배우지도 못했으면서도 다 배운 것처럼 으스대고, 으스대다보면 더 이상 발전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하고 날카로운 칼이라도 중간에 그만두면 썩은 나무도 자르지 못합니다. 쉬지 않고 끈질기게 덤벼들어야 쇳덩이도 자를 수 있고 돌덩이도 부술 수 있습니다. 지렁이는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강한 어금니도 없습니다. 단단한 근육도 없고 억센 뼈대도 없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땅을 뒤집고 파헤쳐서 땅을 기름지게 만듭니다. 마음을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쓰기 때문입니다.

새해부터는 공자가 말하는 개밋둑만큼이라도 쉬지 않고 쌓아 나가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람 키보다 큰 개밋둑을 쌓는 흰개미들처럼, 발톱 하나 없으면서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지렁이처럼, 온 몸과 마음을 바쳐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귀한 선물로 받은 질진(土至進)이라는 호가 부끄럽지 않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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