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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으로서 훌륭한 인간문화재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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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으로서 훌륭한 인간문화재 되고 싶다"
  • 김병진 기자
  • 승인 2014.12.1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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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위의 사람들-임실 필봉농악보존회 양진환 사무국장

 

덩∼더궁딱 궁따따 궁따.

한겨울 맹추위가 급습한 시골 농악 보존회, 나즈막한 장구소리가 들려온다. 소리 진원을 찾아 한 건물에 들어서니 장구소리는 힘을 더한다. 건물 틈 사이로 매섭게 몰아치는 칼바람을 뚫고 차디찬 복도를 맨발로 지나 닿은 곳은 ‘아줌마’들의 장구 연습이 한창인 연습실.

20평 남짓되는 방 안에는 조각조각 널따랗게 깔린 매트 위로 열아홉명의 ‘장구수강생’들이 모여 강사의 손짓, 몸짓에 온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열혈 수강생’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고 있는 강사는 필봉농악 보존회 사무국장인 양진환씨(48). ‘전수교육만이 전통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며, 가르치는 일이라면 어디라도 마다않고 달려가는 그를 강습 현장에서 만났다.
/편집자주

“아버지의 인생은 이제 저의 형제 몫이 되었습니다.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는 나서서 풍물패를 끌어가야 하기 때문이죠.”

호남좌도 농악의 명인 고(故) 양순용 선생의 넷째 아들인 그는 부친의 뜻을 이어받아 형 양진성(49) 현 보존회장과  전통마을 풍물굿 지킴이가 됐다. 그는 임실 필봉 출생, 어릴 적부터 풍물소리를 듣고 자라서인지 자연스레 농악에 심취하게 됐고 대학에서 국악을 전공하기에 이르렀다. 양 사무국장은 타악을 형은 거문고를 전공했다.

그는 대학졸업 후 서울의 교향악단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지만 부친이 세상을 떠난 1995년 그해, 형이 호남좌도풍물굿 보존연구회를 만들면서 형과 함께 본격적인 농악의 길로 들어섰다.

힘든 일도 많았다. 일반인들에게 필봉 농악굿에 대한 이해와 행정의 홍보가 절실했다. 이에 군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농악의 이해에 관한 교육과 사라져 버린 각 마을 농악단을 설립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풍물은 공연예술이 아닌 어울림의 한마당에 의미를 두어야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 전수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 사무국장은 우리 사회가 좀 더 건설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굿 문화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굿 문화의 바탕에는 ‘스스로 참여하면서 참여한 스스로가 서로를 진실하게 존중하고, 공동의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대동사상(大同思想)’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양 사묵장은 “농촌의 환경과 삶이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것이 ‘풍물’이다”며 “한 마을의 분위기는 풍물패가 있고 없음에 따라 많이 다르다. 풍물패가 있는 마을은 늘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상쇠 하나가 마을과 마을 사람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좋은 상쇠가 있다는 것은 그 마을 굿이 풍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계절 따라, 환경 따라 상쇠를 중심으로 굿을 치다 보면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재해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 유산에 등재됐다. 양 사무국장은 “농악의 공동체적 특성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함께 연주하면서 유대감과 일치감을 주었던 농악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약화된 공동체 의식을 다시 고취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얼마전 부턴 국립무형유산원 무형유산진흥과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일 하기도 하는 그는 업무가 없는 목∼일요일에 휴일도 없이 연습과 공연에 매진하고 있다. 양 사무국장은 “농악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줄어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농악을 하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답답한 부분을 행정에 접목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에서 무형문화재 보존단체를 제대로 돕고 예술인으로선 아버지 뒤를 이어 훌륭한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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