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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움을 앞세우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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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로움을 앞세우다 보면
  • 전민일보
  • 승인 2014.12.1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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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식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K형!

오랜만에 이 글을 다시 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런 글을 다시는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어찌하다보니 다시 쓰게 됐습니다. 어색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드는 아침입니다.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무슨 글을 써야, 이 글을 읽는 형이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일까? 이런 물음을 가지고 한참을 생각하다, 언젠가 막걸리 집에서 술 취한 형이 안주 삼아 읊조리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교언영색선의인(巧言令色鮮矣仁)!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공자의 말씀입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쳤던 공자의 통찰력이 집약된 말로, 살다 보면 심심치 않게 생각나는 구절입니다. 그만큼 우리 삶에 씁쓸한 일이 많다는 말이겠지요.

교언(巧言)은 말을 교묘하게 꾸며서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이고, 영색(令色)은 얼굴빛을 보기 좋게 꾸며서 환심을 사는 겁니다. 그리고 선의인(鮮矣仁)은 인(仁)이 드물다(鮮矣) 또는 어진 사람이 드물다는 뜻이니, 교언영색 선의인은 말을 교묘하게 만들고 얼굴빛을 보기 좋게 꾸미는 사람 가운데는 어진이가 드물다는 말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겉으로 드러난 걸 보고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깊이 들어가면 무서운 진실이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일부러 꾸며대는 교언(巧言)이나 영색(令色)은 거의 대부분이 무언가를 감추기 위한 것입니다. 콤플렉스, 증오심, 복수심 같은 것들을 마음속 깊이 감추고 있지요.

언젠가 때가 되면 그동안 나를 무시하고 멸시한 자들에게 빚을 톡톡히 갚아주겠다는 마음 말입니다. 그때까지는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버티자는 겁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든, 힘이 없는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교언영색을 서슴지 말자는 겁니다. 무슨 말이든지 하고, 무슨 짓이든지 하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겉으로 드러난 것만 보고 사람을 쉽게 판단했다가 큰일 나는 수가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K형!

「논어」를 정치학과 행정학 교과서로 읽는 저에게 공자의 이 말은 교언영색을 하는 사람에게 권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그런 사람에게 권력을 주었다가는 두고두고 후회한다, 그것도 가슴을 치며 후회할 테니,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는 교훈으로 들립니다. 어째서 그런가? 그런 사람에게는 인(仁)이 드물기 때문입니다.

인(仁)이 무엇입니까? 애인(愛人)!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자는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사람을 아끼고 사랑해서 남과 내가 하나 되어 조화롭게 살자는 게 인(仁)입니다.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처럼, 모든 악기가 저마다 제 소리를 내면서도 전체로는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것, 그것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인(仁)의 정신입니다.

그런데 교언영색에는 인(仁)이 드물다고 했습니다. 인(仁)이 없지는 않으나 아주 드물다고 했습니다. 툭하면 남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남과 화합하려는 마음보다는 남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 남을 굴복시키겠다는 마음이 앞선다는 겁니다. 그래서 힘을 얻게 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해서, 복수심과 앙갚음을 갚는 일에 힘을 쓰게 됩니다. 사사로운 이익만을 앞세우다 보니, 공식라인보다는 비선(秘線)에 의존하고, 능력 있는 사람보다는 믿을 수 있는 내 사람만을 쓰게 됩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앙갚음에 눈이 멀고, 사사로움을 앞세우다 보니, 멀쩡한 사람들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며 끝내는 자기 자신까지 망친다는 게 역사의 생생한 교훈입니다. 그래서 공자께서 교언영색을 하는 사람한테 권력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거지요. 참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돌아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그렇죠?

그런데 K형!

제가 왜 이런 말을 하지요? 형처럼 술도 취하지 않았는데, 아침부터 왜 이러지요? 설마 정아무개와 그 뒤에 있다고 하는 분에 대해 터무니없이(?) 떠들어대는 언론 때문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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