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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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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전민일보
  • 승인 2014.12.0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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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주 청하중 교사

 
요즈음 나는 목에 올라오는 욕을 애써 누르고 산다. 그러니 가끔 자다가 꿈속에서 소리치고 발작을 해 아내가 나를 깨우며 불안하게 한다. 우스개소리로 나는 내 말년이 불안하다. 혹시 치매걸리면 욕쟁이 할아버지나 되지 않을까? 차를 몰고 갈 때면 몰지각한 운전자들에 대해 욕을 한다. 그러면 아내가 나를 툭툭 옆구리를 찌른다. 왜 그 친구는 들리지도 않는데 욕해 뭐하냐고. 왜 옆에 있는 사람만 듣기 싫게 하냐고.

얼마 전 지인들과 만남에서 화기애애한 가운데 도중에 정치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일부는 욕을 하고 일부는 ‘민주주의가 사라졌네’, ‘나라 경제가 걱정이네’, ‘사자방이 나라 말아 먹었네’‘똥별들이 온갖 혜택은 누리면서 전시작전권을 제발 가져가시라고 미국에게 읍소하는 게 말이 되냐’ 걱정을 하는데 후배 하나가 왈, “아니 이 사람들 순 루저(loser-실패자, 패배자)잖아? 왜 당신들이 나라 걱정을 해? 나라가 당신들 걱정해야지. 나라 걱정하는 사람이야말로 루저잖아.”

이에 참석한 모두들 눈물이 나도록 낄낄대고 웃었다. 그렇다 우리가 왜 나라를 걱정하냐?

일제 강점기도 아니고, 조선 말기도 아니고, 머리 아프게 우국지사 노릇을 하다니. 우리가 걱정할 것이라곤 수십 년 동안 안쓰고 안먹고 어렵게 마련한 집값이 혹시 내려갈까 걱정해야 하고, 자식들 취직과 결혼 걱정해야지 왠 ‘사자방’(4대강사업 비리, 자원외교비리, 방위사업비리)에 민주주의 걱정이냐. 걱정도 팔자일세 그려.

십상시가 나라를 말아 먹든 삶아 먹든, 삼성가 3세들이 편법으로 수백 배 차익을 내 수조 원을 꿀꺽하든 말든 우리네와는 아무 상관없다. 정치모리배와 재벌들, 그들은 우리와 종자가 다르다. 노는 세계가 다르다.

그들만의 리그에 우리가 끼어들 필요는 없고, 국가경제와 국가의 흥망성쇠와 같은 큰 일은 머리 좋은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다만 위보다는 옆의 이웃을 보고 이웃의 숟가락 숫자와 곳간 속 쌀가마니 수를 세기만 하면 된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옆집에 은퇴한 공무원의 연금과 말년이 부럽고, 옆집 자식 좋은 회사 정규직이 부럽다. 그들을 끌어내어 우리네와 비슷해졌으면 좋겠다. 누구는 운이 좋아 정규직하고, 누구는 팔자 좋아 말년을 연금으로 떵떵거리며 사는가?

국민 개평등! 모두가 비슷해졌으면 좋겠다. 이에 우리의 길을 밝혀 교육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고로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통해 평등세상 건설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다만 추운 겨울 고공농성하는 해고자들은 우리와 별세계 사람들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눈물은 우리와 상관없다. 그리고 입주민 욕에 분신한 늙은 아파트 경비원, 그들은 다른 종족이다.

그들을 아파트 전체 입주민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집단 해고하는 입주민들에게 법은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다. 절차상, 입법취지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리고 아파트 경비원 최저임금제 도입에 어느 새 우리는 사장이 되고 ‘갑’이 된다. 아파트 관리비에서 3000원정도 급상승이 초래할 가계 부담을 걱정해야한다.

자세히 보면 우리도 갑이 될 수 있는 것이 많다. 갑질? 갑질! 그렇다. 갑질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갑질이다. ‘왕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가?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동학혁명 2주갑이 지나간다. 120주년이 지나간다. 아직도 4대강국이 분단된 한반도를 노리고 탐욕스런 위정자들과 재벌들이 백성을 수탈하는 2014년이 지나가고 있다.

50년 전 한 시인이 노래했다. 언제까지 이런 노래를 불러야 하나.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 한번 정정당당하게 /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 20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 번씩 /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하략」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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