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지난 가을부터 국제결혼을 주제로 한 스토리가 전개되고 있어 국제결혼의 당사자로서 더욱 재미있게 보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일본어 교육에도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이 이 드라마 시청의 실용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약 100년 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일본에서 처음으로 위스키를 만든 일본인 남자와 그 아내인 스코틀랜드인 여성의 부부이야기다. 그들의 결혼은 우선 부인의 스코틀랜드 친정에서 크게 반대를 했다. 가출하듯 결혼해서 일본으로 건너왔는데, 시댁에서 조차도 심하게 반대했다.
현재 방영되는 부분은 부부가 사방팔방으로 막혀 가장 어려운 시절이다. “너를 우리 집 며느리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시어머니가 금발의 며느리를 괴롭히고 있는 중이다. “외국인 며느리가 오면 가운이 나빠진다.” “이런 며느리가 들어오면 조상님께 죄송하다”등등 우리 남편과 결혼할 때도 드라마 속의 대사와 같은 말을 시댁 식구들에게 들었다고 남편이 말한다.
단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반대 한 것이 아니었다. 시댁식구 중 한 분이 점을 보러갔더니 고창의 어느 무당이 “이 여자는 안 돼요”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그 탓으로 신혼생활 몇년은 좀 복잡하고 힘들었다. 지금은 시댁식구 누구나 우리 남편에게 “너는 장가를 잘 갔다”고 말한다.
지금 한국은 김장의 계절이지만, 이때가 오면 기억나는 일이 있다. 나는 큰 아이를 한국에서 11월에 출산하고, 산후조리는 시누이 집에서 신세를 졌다. 그 때 머지않아 그 집에서 김장이 시작되었다. 산후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한 시누이가 김장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야채의 손질 정도라면 당연히 하겠지만, 배추를 물로 씻는 것은 도저히 할 수 없었다.
출산 후 무거운 것을 들어 골반이 불균형한 채 굳어 버리면, 어떻게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몸이 되어 건강을 해치기 쉽다. 그날만 시댁에서 착한‘척’하는 것은 중요치 않았다. 그일로 내가 아프면 일생 계속 시댁을 원망하면서 살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나는 그 해 김장을 거의 돕지 않았다. 당연히 시누이는 얼굴이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도 나는 27인치의 바지를 입고 어지러운 증상도 없다.
시누이가 산후의 나에게 김장하라고 한 것은 단순히 내가 미워서가 아니다. 아마 현재 환갑이 되려는 나이의 한국여성들은 젊은 시절부터 출산 후든 언제든 모두 가사를 쉬지 않고 해왔던 것이다. 남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환경에서 살아 왔다. 그러니까 산후인데도 당연히 김장하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TV속 금발의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마음도 마찬가지다. 국제결혼이 아니어도 “시집간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는 행위다. 태어난 집을 떠나 자란 집의 가치관과 다른 곳에 살아가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다만 “남편”만 내 편이 되어 주면 어떻게든 넘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끼리의 결혼도, 외국인과의 결혼도 그 부분에서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전술한 드라마에서 그들 부부사랑은 나중에 일본 최초의 위스키 제조를 성공시켜, 남편은 유명한 주조회사의 시초가 된다.
국제결혼이 흔해진 지금과 달리, 100년 전의 일본은 남편이 금발의 부인을 완전히 지켜주지 않으면 살 수도 없었던 시대다. 그러나 현재도 배울 점이 많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