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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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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방
  • 전민일보
  • 승인 2014.11.2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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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남 前전주 화산초등학교 교장

 
술 한 잔하고 기분이 좋으면 노래방을 찾는다. 즐거운 마음을 한껏 풀어보려는 마음에서다. 누가 노래방에 가서 웃지 않으랴. 그 속에서는 즐겁지 않은 사람이 없다.

소리 지르고 춤추고 흔들다 보면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근심걱정은 저 멀리 사라진다. 요즘 사람들은 그 맛에 노래방을 찾는다.

방송을 듣다가 ‘울음방’을 운영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여자는 시집살이가 심하고 남편은 외도가 많아 호소할 데가 없었다. 한없는 설음에 통곡을 하면 옆집 사람들이 시끄럽다 하고 아침부터 재수 없게 운다고 안좋은 소리를 했다. 울고 싶어 우는데, 우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노래방처럼 아무도 모르게 울 수 있는 방이 있었으면 했다. 방음시설이 잘 된 방에서는 크게 울어도 누구에게 들리지 않을 것 아닌가. 이 설음 저 설음 다 토해내며 울면 마음이 풀릴 것이다.

나도 울고 싶은 때가 많았다. 30대 중반에 건강이 좋지 못했다. 오른쪽 무릎에 신경통이 심했고 위장이 나빠 속이 쓰려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김치도 물에 씻어서 먹어야 했으니 고통이 많았다. 큰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았다. 참 답답한 노릇이었다. 하루는 수업을 마치고 교탁에 엎드려 한 없이 운 일이 있다.

한 중년 가장은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서러움에 복받쳤다. 울고 싶어도 울 곳이 없었다. 직장에서는 동료들 눈치가 보여 울 수 없고 집에 들어가도 아이들 보기가 난망하여 울 수 없었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나올 것 같은 울음을 울 곳이 없었다.

중국의 난징에는 울음방이 있다고 한다.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고민하는 사람 찾아오라고 열었다. 9제곱미터의 넓이에 탁자 2개와 소파를 놓았다. 그리고 눈물을 촉진하는 고춧물과 마늘을 내어 놓는다. 유리컵을 한 박스 들여놓고 격노한 사람은 부수라한다. 1시간에 50위안의 요금을 받는데 줄이 설 정도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 행복한 세상이 될 줄 알았다. 돈이 있어야 돈을 버는 세상이니 부(富)는 한 쪽으로만 쏠린다. 없는 사람은 차츰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남들 사는 것을 보면 한이 맺힌다. 이런 세상이니 울고 싶은 사람이 많아진다. 근심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세상에는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많다. 아무리 내려놓고 비우고 산다 해도 마음 상하는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마음 한 조각 다스리는데 어려움은 누구나 있는 것이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어서 우리의 마음을 다스려 간다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방송에서 그녀는 ‘울음방’을 아직 열지는 않았고 준비 중이라 한다. 울음방을 열어 울고 싶은 사람 들어와 실컷 울고 나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해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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