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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의 醜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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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움의 醜惡
  • 전민일보
  • 승인 2014.11.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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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선 한일장신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나이키」라는 스포츠용품 회사는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나이키’는 그리스 신화에서 승리를 뜻하는 신이다.

이 회사에서 만든 제품 가운데 ‘나이키 에어’와 ‘에어 믹스’라는 운동화가 있다. ‘나이키 에어’는 오래 전에 출시한 제품이고 ‘에어 믹스’는 최근에 유행한 것이다. 이 두 제품은 똑같이 ‘에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운동화에 ‘에어’라는 말을 넣은 것은 운동화를 신으면 몸이 공기처럼 가벼워 걷는 것이 편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 발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여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광고심리학을 굳이 인용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지닌 심리나 경향을 자극하려고 ‘에어’라는 말을 썼다. 왜냐하면 현대인이 지닌 문화적 특성이 가벼운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현대인이 살아가는 삶이나 누리는 문화는 가벼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노트북이나 스마트 폰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독서도 무협지나 판타지, 만화처럼 가벼운 것을 읽기 좋아하고 인문고전이나 철학서를 멀리하는 경향이 많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진지하고 진득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이고 가볍게 여긴다. T.V 프로를 시청할 때도 토론이나 다큐멘터리와 같이 사고해야 하는 것보다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공기는 형체가 없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무쌍하다. 이것은 정보화시대가 지닌 특성이기도 하다. 농업시대는 자원이 땅에 있었고 공업시대는 공장이 자원이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는 자원이 공기처럼 자유스럽게 떠다닌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무한하게 쏟아지는 정보를 비판 없이 맹목적으로 수용하려 든다. 그래서 대중소비문화가 생산한 현란하고 말초감각적인 이미지에 갇혀 주체성을 상실한 인간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인기를 누리던 스타가 하루아침에 이슬처럼 사라지고 어제 유행했던 것을 오늘 대중이 외면하는 변화무쌍한 시대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가진 의식이나 가치도 날로 공기처럼 가볍고 재빨리 변화하고 있다.

이렇듯 공기와 같이 가벼운 의식이나 가치는 우리 사회에 가치전도 현상을 불러 왔다.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편법과 불법을 저지른 사람이 잘 사는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공기와 같은 성향은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을 한 순간에 잊어버린다. 6.25 전쟁에 대한 아픔, 일제 36년 동안 겪은 고통, 민주화를 위해 많은 사람이 흘린 피, 열강이 가진 패권주의나 제국주의에 대한 야욕, 대형 사건사고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쉽게 잊으면 안 될 것이 너무 많다.

우리 삶과 사회, 우리 민족과 역사마저도 공기와 같은 성향으로 너무 기울면 안 된다. 그러면 우리 미래는 가벼움의 醜惡에 매몰되어 희망을 잃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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