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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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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스타일
  • 전민일보
  • 승인 2014.11.18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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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에미코 통역사

 
단풍놀이가 한창인 계절이다. 도시에서 찾아오는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이 자주 눈에 띈다. 단풍 구경하러 온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온 손님과 만날 기회가 최근 몇 번 있었다. 그 중 한 분과 함께 비빔밥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식당의 비빔밥은 처음부터 개인용의 그릇에 나물을 담아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가운데 접시에 담아진 나물을 손님이 먹고 싶은 만큼 자기의 그릇에 담아 비벼 먹는 스타일이었다.

나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먹지 못해, 조금씩 먹는 편이다. 일본에서 온 여성 손님도 그랬다. 우리가 나물을 가져가는 모습을 본 가게 아줌마는 마음에 엄청 안 들었던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와서 “더 많이 드세요. 이 야채는 우리 집 마당에서 직접 키운 아주 좋은 것이니까요!”라고 자꾸 충고한다.

그때마다 젓가락으로 야채와 나물을 넣긴 했지만, 그렇게 많은 양을 먹을 수는 없었다. 미안한 마음은 조금 들었지만, 가운데 접시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양의 나물이 남아 있었다. 왠지 시원하지 않는 기분으로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하룻밤을 자고, 그 풀리지 않은 마음의 이유를 알았다.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그 비빔밥이 특별하게 맛있지 않았기 때문에 손이 안 갔을 뿐이었다. 정말로 맛있는 것이라면 말이 필요 없다. 전날 먹었던 그 나물비빔밥이 남기기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으면, 누구나 스스로 다 먹는다.

나와 동행한 일본여성도 한국요리를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다만 그 요리에는 손이 적극적으로 가지 않았던 것뿐이다. 손님이 요리를 남기는 것은 식당입장에서는 당연히 기쁘지 않은 일이다. 손님이 남긴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요리사의 긍지를 가지고.

이 계절, 왜 도시에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여기까지 오는 것일까? 와도 단풍구경은 커녕 사람들만 구경하러 왔는가 하는 정도의 복잡함인데. 그 만큼 이 시기 전라도의 단풍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추위로 날마다 물들어가는 단풍의 선명함이 이 때 밖에 볼 수 없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단풍은 절대로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왜 더 보러 오지 않아? 나는 이렇게 열심히 물을 들였는데.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다고 생각해? 똑바로 보라고!”그런 말을 안 해도 사람은 단풍을 보러 줄줄이 찾아온다. 그리고 “내년도 보러오고 싶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같은 시기 또 온다.

나는 간섭하는 한국의 아줌마가 싫지 않다. 활기가 있고 적극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주변에 중년 이상의 한국여성을 관찰해보고 느끼는 것이 있다.

나이 들어도 남자에게 인기가 있는 여성은 “단풍 스타일”의 여성이다. 말수가 적고, 사람에 대한 요구가 많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나 분위기가 아름답다. 남자가 옆에 앉고 싶어 하거나 모임에서 얼굴이 안 보이면 “??씨 오지 않았어?”라고 묻는 것은 꼭 단풍 같은 스타일의 여성이다.

내가! 내가 먼저! 라고 자기 주장만 강한 사람은 아니다. 단풍 스타일로 사는 사람은 적은 노력으로도 즐거운 만남의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 “왜 먹지 않는 거야?!”라고 소리치기 전에 “어째서 이 사람은 이것을 먹지 않을까?”라고, 돌아보는 것이 자신의 발전을 가져오는 행위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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