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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시각의 연장, 훌륭한 창작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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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는 시각의 연장, 훌륭한 창작수단"
  • 서복원 기자
  • 승인 2014.11.11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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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마이 카메라영상박물관"

 
<인물탐구>카메라영상박물관 조창환 관장
바야흐로 ‘기념,기억’을 위한 공간의 시대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이후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각종 기념관과 박물관의 개관은 역사자원에 대한 시각의 개화, 지자체별 민속?문화 관광자원 선점경쟁,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활성화 등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기념관이나 박물관은 설립여건이 까다롭고 투입재원의 규모가 막대하기 때문에 중앙이나 지방정부 혹은 기업이 설립을 주도해 왔다. 따라서 어느 한 개인이 박물관을 설립하고 운영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으며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개인 한계를 뛰어 넘어 2009년부터 5년째 완주군에 위치한 카메라영상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가 조창환(57세,우석대 교수) 관장이다. 그와 함께 박물관을 들러 진귀한 카메라를 감상하고 ‘포토제닉한 라이프 스토리’를 들어보자. (편집자 주)

카메라는 누구며 사진은 무엇입니까

“카메라는 인간 눈의 확장입니다.”
카메라에 대한 조관장의 단순하고도 명쾌한 정의. 그에게 카메라는 “눈을 통한 시각의 연장기구이고 보조기기이자 결국에는 ‘빛이 그리는 그림’을 포착하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수단”이다.  

대개 사람은 보이는 것을 백퍼센트 믿으며 시각에 대한 자기확신을 갖고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고 아는 것이다’는 식의 격언과 속담은 지당한 상식마냥 세계 도처에 널리 퍼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면?

최근의 두뇌과학과 시신경학은 인간시각에 대한 전통적인 속설을 깨트리는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그 가운데 시야, 시각, 시거리, 색상 등에서 눈이 갖고 있는 한계를 ‘폭로’하는 내용이 흥미롭다. 요약컨대, 사람 눈에는 볼 수 있는 만큼만 보이는 것이고 그 피시체마저도 대상을 온전하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조관장에 따르면 카메라는 바로 이 ‘눈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자 돌파구다.

 
카메라에 대한 그의 생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자.
“카메라는 인간의 눈이 포착하지 못하는 피사체의 진실을 담아 거의 영구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피사체가 멀리 있으면 망원렌즈를, 미생물처럼 가까이 있어도 보이지 않을만큼 극소하다면 현미경렌즈를 이용할 수 있지 않습니까. 또 특수렌즈로 사물을 타원형으로도 원형으로도 묘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 같지만요. 촬영기법에 따라서는 포커스를 전면에도 후면에도 자유자재로 둘 수 있어 시선의 한계를 깨트리는 게 바로 카메라입니다.”

그는 ‘사진은 창작인가, 팩트(사실 그 자체)인가?’라는 사진의 본질과 성격에 관한 해묵은 논란에 대해서 ‘창작예술’쪽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포토저널리즘의 사회적 기능과 관련해서는 사진의 가치를 인정하는 입장이다.

“사진 한 장이 세계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라크 미군수용소에서 개처럼 취급받으며 인간대우를 받지 못했던 현지 포로들의 실상을 확대한 사진 한 컷이 얼마나 세계적으로 파장을 일으켰습니까? 어떻게 보면 카메라를 통한 영상언어가 인간이 개발한 가장 완벽한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하며 수집하고 콜렉션을 위한 ‘포토 라이프’

조창환 관장의 사진 애착과 가장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단어는 ‘여행’이다. 중학교 3학년 소년의 두 손에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물건인 카메라가 쥐어진 것도 형님의 해외 ‘여행’ 때문이었고 내년이면 데뷔 30년을 맞이하는 사진작가로서의 작품촬영 또한 여행이 필수다. 그래서 조관장은 “여행과 사진은 떼어놓을 수가 없습니다”라며 “여행중에 카메라를 수집하기도 하고 거꾸로 카메라를 모으기 위해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고 밝힌다. 
 

다음은 진정한 콜렉터로서의 그가 전하는 ‘뉴욕 할렘가 에피소드’다.
“뉴욕 할렘가를 걷다가 우연히 흑인 꼬마들이 유리건판을 햇빛에 비추어 보며 노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건판은 렌즈와 필름이 없던 시대의 현상기구였지요. 순간 직감적으로 뭔가 귀중한 영상이 찍혀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며칠동안 계속 그곳을 방문하면서 아이들에게 햄버거와 우유를 사주며 친해졌고 결국 애들 아빠도 자연스레 마음을 열게 돼 유리건판을 한 번 보여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사진작가 G.R. 쉐인의 작품이었죠.”

‘폴딩브라우니’에서 ‘제니트’까지 박물관중의 박물관

박물관에는 할렘가 에피소드처럼 조관장이 이런 저런 사연을 통해 입수하게 된 카메라 말고도 유리건판, 조명 플래쉬, 롤필름 등 사진과 관련된 거의 모든 도구와 자료가 총망라 전시돼있다.

1910년대 출시된 최초의 필름용 카메라 ‘폴딩 브라우니(Folding Brownie)’에서 1935년산 ‘브라우니 플래쉬(Brownie Flash), 최초로 고정 포커스 촬영을 가능케 한 블랙플라스틱 본체의 아르거스 75, 1950년대 6?25전 당시 외국종군기자들이 사용하던 보도용 ’폴라로이드‘, 냉전기 소련 스키부대 소총형 ’제니트‘ 카메라 등은 카메라와 사진은 물론 근현대 세계사를 이해할 수 있는 사료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히 ’박물관 중의 박물관‘이라 칭할 만하다.

‘디카’와 ‘폰카’가 대세로 자리잡은 시대이지만 그 탄생과 전생을 알고 싶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곳을 방문해 보시라. 덤으로 박물관 주변이 잘 가꾸어져 기품을 뽐내는 소나무숲과 산책로를 걷고 있노라면 박물관을 둘러본 기분좋은 흥분감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도 있을 것이다. 

서복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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