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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딛고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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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딛고 바리스타의 꿈을 키우다
  • 박상규 기자
  • 승인 2014.11.1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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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협회 7대지부장 송재승씨

▲ 지난달 30일 전북장애인복지관 2층에는 커피향이 가득했다. 복지관 2층 바리스타 시험장에서는 송재승씨를 비롯한 8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커피를 내리며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박형민기자

우리는 자신이 가진 소중하지만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보고, 듣고, 말하고 소통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여기 듣고, 말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을 보며 다시금 소중했던 것들을 찾아본다. 이번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주인공은 선천적으로 들을 수가 없어서 말을 할 수 없는 농아인이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세상과 소통하고 웃음을 잃지 않으며, 두 자녀와 4명의 손자의 자랑스러운 아버지 이자 할아버지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송재승씨(55)를 만나봤다. -편집자 주

지난달 22일 전북장애인복지관 2층에는 커피향이 가득했다. 복지관 2층 바리스타 시험장에서는 송재승씨를 비롯한 8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커피를 내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송씨는 전주시 중앙동 객사 인근에서 호떡장사를 하고 있다. 호떡을 팔며 어려운 사람이나 노인이 지나가면 무료로 호떡을 나눠주기도 한다. 최근 날이 추워지면서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직접 커피를 내려 보고자 바리스타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

그러나 배우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 고민이 많다. 실기는 그래도 연습하면 가능하지만 필기시험이 난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직접 내린 커피를 판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늘도 새벽까지 공부를 진행한다.

힘들긴 하지만 송씨는 하루하루가 즐겁다. 예전에는 먹고 사는 것이 바빠 무언가 배울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은 주변에 도움도 주고 지난 5월에는 농아인협회의 7대 지부장의 자리에 올라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어린 시절 송씨는 7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송씨와 여동생 등 2명은 날 때부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가족과도 의사소통이 일절 되지 않자 송씨는 그때부터 세상과 단절하고 가만히 앉아서 일만 했었다. 너무 답답할 때는 집을 뛰쳐나가 다른 농아인들을 만나며 분한 마음을 풀기도 했다.

그러다 10살에 농아학교에 들어가 정식으로 수화를 배웠다. 수화를 통해 약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해지자 송씨는 집을 나서서 독립을 준비했다. 서울 공장에서 자수일도하고 미싱, 재단, 양복점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러다 전순옥씨(58·, 농아인)를 만나 결혼을 하고 넉넉하진 않지만 더욱 열심히 일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송씨는 수화를 통해 아이가 커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기쁨도 많이 느꼈지만, 아이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아이와 의사소통도 할 수 없어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자식을 가르칠 때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알 수 없어 너무 답답했다고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아이들도 다 커서 송씨가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지만, 손자들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안기다가도 할아버지 답답해라고 말할 때 너무 속상한 마음뿐이다.

송씨가 자신감을 되찾고 호떡장사 등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송씨의 편에서 대변해 주던 최현숙(52) 수화통역사의 힘이 컸다.

최씨를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도 전해들을 수 있었고 일반인들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송씨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농아인이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봤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예전보단 처우가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농아인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평범한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면서 특별히 무언가 해 주려고 하기 보다는 일반인처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소망했다.

송씨는 도민들에게 농아인들은 중요한 일을 할 때 수화통역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통역사를 통해서 처리해야하는 만큼, 통역 일에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따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고 지냈으면 좋겠다면서 장애인이라고 장애인끼리만 어울리지 말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소통하고 살 것을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수화로 해서 부끄럽다고 얼굴을 붉히던 송씨는 이번 바리스타 시험에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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