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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 소년의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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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 소년의 음악 이야기'
  • 서복원 기자
  • 승인 2014.11.04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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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산골이 고향인 음악을 지독히 사랑한 한 소년이 가수가 되겠다고 굳게 결심한 뒤 30년만에 자신이 만든 밴드와 함께 정규 1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눈물겨운 뮤직라이프 드라마의 주인공은 ‘도시락밴드’ 리더이자 작곡가 이제이씨(40세). 이씨의 음악인생은 가난하고 또 지독히 외로웠던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동묘지 지나며 훈련한 내 음악

“아침에 집에서 학교(진안중앙초)까지 길이 좋은 경로를 택하면 30분이나 걸려 학교에 빨리 가려고 일부러 지름길을 택했어요. 이 지름길로는 10분이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거든요. 문제는 반드시 공동묘지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었죠”

‘전설의 고향’ 같은 TV 프로의 문화 자장안에 머물던 소년의 동심과 정서는 묘지 부근 귀신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였고 긴장과 불안에 떨며 그곳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소년의 묘지 앞 공포감 극복법. 바로 ‘노래’였다.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를 귀신을 향해 “물러가라!, 누구 앞에서 감히 까부는 거야?”라고 고함을 질러대며 10살 이제이 씨는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큰 소리로 부르고 목청을 가다듬어 앞으로 펼쳐질 순탄치 않을 음악인생을 견디고 이겨내는 배포를 키우고 있었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세상어린이를 다 ~만나고 오겠네~~”

가난, 불화, 가출, 도전 내 인생

우연히 카세트 테잎을 통해 들려온 백영규의 ‘슬픈 계절에 만나요’라는 구슬픈 노래에 꽃혀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키우게 된다. 특히 “귀뚜라미 울음소리에~ 가슴 깊히 스며드는데~”로 시작하다 중간에 나레이션 낭송을 하는 여성의 목소리가 울리는 신비로움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하늘엔 별이 둘 우리 모두 별들의 가슴으로 태어나 별과 바람의 가슴으로 만났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슬픈 계절 이곳을 지나치는 이름 하나 있습니다. 하얀 나뭇잎 소낙비와 목마를 지나는 영혼의 계절 잃어버린 그대의 시름을 불러놓고 나는 부름니다. 그대의 넋을 부름니다. 슬픈계절에 우리 다시 만나자.”

그래서였을까. 이 구슬픈 노래가 그네 인생의 전조라도 됐는지. 아버지 그림자가 그 앞길 앞에 어둑하니 가로막고 나섰다.

상여 소리꾼인 아버지는 ‘가수로 키울 돈이 없고 음악은 돈이 안 된다’며 이제이씨의 가수를 향한 열정을 지독히도 반대했다고 한다.

“우선 맞는 것도 가난도 싫었어요. 방법은 하나뿐 ‘탈출’을 결심했죠. 무조건 서울에 가야 살겠다는 생각이 들어 돈도 벌고 반드시 가수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어요. 그리고 아버지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가 중3 여름방학 직전인 1989년 6월 여름 어느 아침 이제 시골소년은 동서울터미널 대합실에서 깨어나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눈을 비비며 불안한 잠에서 깨어난다. 

김광석 닮은 ‘사람내음 아티스트’가 내 꿈
숙식을 해결해야 할 생존의 기로에 서 있던 소년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배달되고 있던 신문 뭉치들.
16세 소년 이제이는 ‘조선일보 화양지국’에서 생계를 해결하게 됐고 이후 그에게 살이되고 뼈가 되는 긍정과 도전의 강한 기질을 심어주었던 ‘가난한 ROTC 대학생 형들’을 이곳에서 만났다. 

당시 이제이씨는 형들과 어울려 세종대와 건국대의 대학축제를 보며 다시 음악을 향한 꿈을 키우는 한편 홀로 조용히 작곡법과 기타연주 등 음악공부에 열을 올렸다.

그러다 1995년 대형기획사인 SM에 직접 곡을 들고 찾아가 둥지를 틀었다. 작곡가 유영진과의 만남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이씨는 고창출신이자 SM 대표 작곡가로 원조 아이돌 HOT의 대부분의 곡을 쓴 유영진씨에게서 음악적 조언을 들으며 교감했다.  

“포크에 편향됐던 제 음악 정서가 유영진 형을 통해 대중적 감각에 눈이 떠지게 되는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누구보다 그에게 영향을 준 이는 한 음악축제에서 만난 계기로 친분을 쌓았던 고 김광석.

“지금도 형이 그리워요. 노래를 들으면 옆에서 저에게 뭐라 속삭이는 듯한 기분이죠. 한마디로 사람냄새 나는 아티스트죠. 제 음악도 그럴 거예요.”

2012년 결성한 도시락밴드는 ‘거짓말’, ‘달려’, ‘소녀와 꽃’, ‘매미’, ‘헤어지지 말자’ 등의 이씨의 자작곡으로 서서히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년초 발매될 최초의 정규앨범을 떠올리면 그의 앞날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서복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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