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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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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고향
  • 전민일보
  • 승인 2014.11.03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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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에미코 통역가

 
평범한 주부생활과 여러 가지 일

한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한지 16년째 되는 일본인 주부이다. 5년 전부터 신랑의 고향인 전북에서 살고 있다. 고향에 내려오게 된 것은, 역사와 문화 일을 하고 싶다는 남편의 의향에 의하는 것이다. 이 기간에 세 명의 아이를 낳고 키우고 있다. 가장 큰 아이는 벌써 중3이 되었다.


너무 섞여서 이제 모르겠다.

“한국과 일본, 비교하면 어느 쪽이 좋습니까?”라는 질문을 아직도 한국 사람에게 받을 때가 있다. 이런 질문에 “이제 너무 섞여서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라고 대답한다. 좋다 나쁘다로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 사는 것이 가장 편하다.

그렇지만 결혼을 계기로 살게 된 한국도, 살다보면 좋은 점이 가득 있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어 공부는 했었지만, 한국에 관한 지식은 별로 없었다. 큰 고민 없이 마음 편하게 한국으로 올 수 있었다. 일본에는 ‘살다보면 고향(住めば都)’이라는 속담이 있는데, 지금 그렇게 생각한다.

어느 때 고창의 한국사람이 질문했다. “지금까지 산 한국의 지방 중 어디가 가장 좋았어요?”라고 물으면 “지금 사는 곳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어디를 가든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이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스스로 내가 사는 곳을 좋게 만들어 갈 수 밖에 없다.


냄새 없는 청국장처럼

한국의 긴밀한 인간관계를 한국의 젊은 세대가 귀찮게 여기는 현재, 점점 옛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식품을 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이전과 같이 친밀한 커뮤니케이션은 보기 어려워졌다.

내 자신이 시골에 사는 며느리로서, 한국의 가까운 인간관계 탓으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없어지는 것은 아쉽다. 한국의 장점은 그 시골스러운 부분 속에 많이 담아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청국장의 냄새만을 없애고, 맛은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조리법이 있다.

한국의 지나치게 진하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부분만 조금 연하게 해서, 효능은 그대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어르신이 많은 동네에서

우리 집의 창문에서는 옆집마당이 보인다. 지금 뜰에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큰 항아리에 담아 두었던 복분자를 창고에서 꺼내서 술을 거르고 있다. 대충 봐도 100병 정도로 이웃집은 금년에 상당히 많이 복분자술을 담근 것 같다. 복분자 값이 올해는 아주 싸기 때문일까라는 무례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옆집의 생활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거꾸로 생각하면 우리 집의 삶도 저 가족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근처의 부부 싸움의 소리나, 어디서 어느 집 엄마가 아이를 크게 꾸짖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소리의 내용으로 판단할 때, 아이의 점수가 나빴던 모양이다.

나는 어르신이 많은 동네에서 이러한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쓰는 것은 주부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생활 주변의 일이다. 마음 편하게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을, 전라북도 남쪽 끝의 고창으로부터 발산해 나가고 싶다. 애독해주시면 고맙겠다. 처음으로 드리는 인사로 대신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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