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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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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 이야기
  • 전민일보
  • 승인 2014.08.2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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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남 수필가

 
문밖을 나가려다 깜짝 놀랐다. 출입문 문설주에 사마귀가 날아와 붙었기 때문이다. 저도 놀랬는지 두 발을 곧추 세우고 공격 자세를 취한다.

한 발짝만 움직이면 당장에라도 달려들 기세다. 장우산을 꺼내 끝으로 툭 건드려 보았다. 세모꼴 머리를 바짝 들고 날개를 푸르르 떨더니 앞다리를 허공에 대고 허우적댄다. 꼴에 허세가 가득하다.

우산을 넣으려다 뒤돌아보니 아직도 제 분수를 파악하지 못한 채 앞발을 휘두르고 있다. 은근히 웃음이 났다. 얼마 전 삿대질을 하며 그에게 대들던 생각이 나서다.

내 체신이 여간 작던가. 더구나 육덕이 풍만치 못해 사지를 흔든다 해도 깝작대는 꼴일테니 그가 어이없어 빙긋대며 자리를 피하던 모습이 떠올라서다. 양은냄비 끓듯 바르르 하던 좀 전 상황을 차분히 정리했더라면 좋았으련만 눈을 부라리고 사시나무 떨듯 양팔을 휘두르며 대거리를 했던 것이다.

사마귀의 그 모양새를 보아하니 품위를 유지하지 못한 그날의 내 꼴을 보는 듯해 씁쓸하다. 문득, 한시외전(韓時外傳)의 당랑 이야기가 떠오른다.

제(齊)나라 장공이 수레를 타고 사냥을 가는 길, 사마귀 한 마리가 고개를 빳빳이 든 채 수레바퀴에 달려들 듯 앞발을 치켜들고 덤벼드는 것이었다. 이를 바라보던 장공이 “허허 그놈, 금방 수레에 깔려 죽을 놈이 기세가 대단하구나, 제 힘은 생각지 않고 무모히 덤비는 용기가 가상하다. 만약 사마귀가 인간이었다면 훌륭한 장수였을 것이다”하며 제자를 향해 “허나 성격이 난폭하고 잔인하지만 지혜를 갖춘 군주를 모실 때는 당랑처럼 두 발을 치켜들고 저돌적으로 덤비는 행동을 삼가고 자기의 품행을 먼저 바로잡아 난폭한 성격과 잔인함이 자연스레 감화되도록 모시라.”고 가르쳤다 한다.

이로써 사마귀는 분수를 모르는 것의 대명사가 되어 당랑거철이란 고사를 남겼으니 그 유전자에 대대로 내림받을 불명예라 아니할 수 없다.

저돌적 행위로 역사가 변화되고 혁명과 개혁이 일어나곤 하지만 본연의 본질을 외면한 무모한 행위는 만인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 않던가.

비록 일상의 소소한 일일지라도 인간사 도와 덕을 앞세우며 지혜롭게 처신한다면 어찌 비웃음 살 일이 있을까.

겁 없이 치올린 당랑의 두 발을 닮았던 마음을 내려두고 겸손한 마음으로 만사를 대한다면 박살난 자존심을 되돌릴 수 있을터, 하루도 ‘마음 닦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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