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상록수의 작가 심훈은 광복을 애타게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를 남겼다. 광복의 그날이 오게 될 때를 기다리며 해방이 오면 자신의 몸 가죽 벗겨 기쁨 울리는 북을 만들어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서겠다고 외치는 구절을 보면 민족의 암흑기에 다시 빛을 찾게 될 그날을 기다리는 민족의 처절할 심정을 조금이나마 그려볼 수 있다.
오는 15일은 우리의 선조가 목놓아 울부짖던 광복을 맞은 지 69년이 되는 광복절이다. 69년의 광복절을 지내온 우리는 수많은 선열들의 희생과 아픔을 통해 얻어낸 광복의 기쁨, 광복의 의미를 모두 가슴 깊이 되새기고 있을까?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향하는 관문에 미국에서 7번째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다. 이는 한인사회에서 주도한 것이 아니라 미지방정부에서 주도해서 세운 기림비라는 데 더 의의가 있다.
이처럼 일본을 제외한 세계 곳곳에서는 일제강점기 피해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통감하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하며, 이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전세계 모두가 경계해야 함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의 자성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요원하기만 하다. 심지어 얼마전 일본 군마현이 현립공원에 세워진 ‘조선인 강제 징용희생자 추도비’에 대한 설치 허가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즉시 철거를 통보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말뚝 테러가 가해지고, 일본의 과거사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만행이 계속 되고 있다. 이처럼 반성은커녕 아픔의 산증인들에게 더한 아픔을 주는 퇴행적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은 이 모두를 망각하고 있는 현 세태 일 것이다. 우리 세대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이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를 되찾기 위해 수없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었기 때문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광복의 그날이 오면 내 몸 가죽을 벗겨 커다란 북을 만들어 여러분의행 렬에 앞장서겠다는 간절함이 담긴 시구절 하나를 언제고 되새기며,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일본의 만행을 바로잡고 진정한 사과를 받아내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그것이 심훈선생이 그토록 갈망하던 광복의 우렁찬 북소리를 우리 모두가 실현하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