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과정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문항의 답 중 나의 부모는 ‘따뜻하지만, 칭찬에 인색했다’는 부분이 있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탁, 맞은 것 같았다. 맞은 건 머리인데 아픈 건 가슴이었다.
책을 내기 위해 내 원고를 정리하던 중 ‘아이에 대한 칭찬에 인색할수록 부모님께는 인정받는 것 같아 작은 일에도 호되게 나무랐다’는 내용도 함께 버무려져 가슴에서 회오리를 쳤다. 아들의 짧지 않은 방황 원인이 그것이었을까?
최전방 소초에서 또 몇 년 전과 같은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난사한 총알은 그때와 다름없이 같이 생활한 동료들을 향해 아까운 목숨 다섯을 앗고 몇 명의 부상자를 냈다. 어이없고 참담한 사실만 있을 뿐 정확한 원인이나 과정 또한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자기를 비하하는 그림과 낙서에 분노가 폭발했다는 가해 병사 이야기가 전해진다. 남을 죽이고 상처를 입힌 것에 어떤 정당한 이유를 붙여도 합리화가 될 수 없겠지만, 비하나 비난을 참고 받아들인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아무리 형편없는 사람이라도 좋은 점 한 가지는 있을 텐데 그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는 참 쉽고도 어려운 과제를 풀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는 아닐까?
피해자도 가해자도 다 부모의 소중한 자식이고 귀한 청춘인 것을, 소중하고 귀하게 다뤄주지 못한 책임을 누구에게 지울까. 책임을 진다고 한들 죽음을 되돌릴 수도 없는 일,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그런 일을 생각하며 처음엔 쑥스럽고 어색했던 한 강의실 칭찬시간을 떠올린다.
지도교수나 수강생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사람으로 구성된 글쓰기 반이었다. 생각지도 않은 칭찬을 받는 사람은 당황하기도 하고 입에 발린 것 같은 칭찬에는 아쉬워도 했지만, 칭찬도 들어본 사람이 하게 마련이다. 받은 사람은 다시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 릴레이로 이어지기도 하고 강한 바이러스로 퍼지기도 해서 살아있는 강의실 분위기였다.
그러나 언젠가 비슷한, 재미있던 방송프로가 지속하지 않은 걸 보면 칭찬이란 찾기도 하기도 역시 어려운 과제가 맞나보다. 나이가 들어도, 일에 경력이 붙어도 그래서 빤한 칭찬일망정 받기를 원하고 받는 순간은 쑥스럽지만, 기분 나쁘지 않은 것이리라.
내가 속한 문화관광해설사들이 매년 받게 되는 보수교육과정에는 과제로 제출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전문가들 앞에서 발표하고 모니터링을 받는 시간이 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점수를 직접 받게 되는 평가다. 이럴 때면 우리 또한 심사위원을 평가한다. 물론 우리끼리다. 노련한 심사위원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같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개개인의 특성과 장점이 있기 마련이고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그것을 먼저 알아주고 지적사항을 짚어주는 심사위원과 그와는 상관없이 자기주관대로만 평가하는 심사위원 중 누구 말을 들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지는 빤하다.
칭찬이란 그 사람을 알아주는 것, 설사 깊이 많은 것을 알지 못해도 보이는 것에 대한 작은 관심이 아닐까 생각하다보니 칭찬, 꼭 어려운 과제만은 아닌 것도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