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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기억(記憶)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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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기억(記憶)을 먹고 산다
  • 전민일보
  • 승인 2014.06.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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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철 익산보훈지청 보상과장

 
“ 어머니! 어쩌면 제가 오늘 죽을지도 모릅니다... 왠일인지 문득 상추쌈을 게걸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영화 ‘포화속으로’의 모티브가 된 6.25전쟁 때 중3 학도병 이우근의 전선편지.

여섯 달 신혼의 스물두 살 새색시에게 “뱃속의 아기는 아들여야 한다”는 어느 군인의 전선편지. 조국의 부름을 받아 부모와 새색시를 뒤로 하고 총포의 굉음과 포연(砲煙) 자욱한 사선(死線)에 뛰어 들어간 후, 당시 여섯 달 뱃속의 아기는 지금 60 환갑이 훌쩍 넘어 국립묘지에 계신 아버지의 비명(碑銘)을 어루만진다.

세월이 흘러 편지 쓴 이는 티끌이 됐어도 그가 남긴 편지는 배달되어 가족의 가슴에 통곡을 심고 보는 이의 눈 속에 이슬을 채운다. 일상에 젖어 6.25전쟁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때면 6월 호국 보훈의 달이 다가와 평소에 관심 없던 ‘전선야곡’을 입에 물고 우물우물 종알거린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들려오는 총소리를 자장가 삼아...”

6.25는 남북한과 중국 등을 포함 19개국이 직접 전투에 참가한 세계대전 규모의 전쟁이었다. 세기적 전쟁인 만큼 전쟁의 상흔은 참혹했다.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참전국의 사망자는 200만여명에 달하고 한국의 사망자는 100여만 명이 넘으며 그 중 85%는 민간인이다.

재산 손실도 헤아릴 수 없다. 당시 맥아더 장군은 “서울이 옛 모습을 찾으려면 100년은 걸릴 것”이라 했다. 60년도 채 안되어 우리는 세계경제의 중심국가로 성장했고, 반기문 유엔총장과 김용 세계은행 총재 쌍두마차가 있어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유머가 나올 만큼 품격이 높아졌다. 지금 우리의 품격은 나라를 지킨 6.25 참전용사의 희생의 기반위에 이뤄졌다.

모든 희생이 값진 것이지만 나라를 위한 희생보다 귀한 것은 없다. 그것은 자신을 제외한 남은 자들만의 자유와 행복을 위한 헌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라의 사랑을 느끼는 것은 나라가 나를 기억해 줄때이다. 사람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잊히는 것이 가장 서럽다. 위국헌신 분들을 기억해 주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게 만든다. 나라는 기억을 먹고 산다. 나라의 할 일은 기억해 주는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6.25참전용사를 기억하기 위해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고 참전수당 지급 등 여러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참전용사 90만여명 중에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분들이 42만여명에 이른다. 참전유공자 등록제도가 2000년부터 시행됐는데 그 이전에 사망하셨거나, 등록 제도를 모르는 분이 많아서이다.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분들을 찾기 위해 직접 나섰다. 먼저 정부가 등록을 대행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행정안전부, 병무청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병무청 원시자료, 본적지제적부와 가족관계증명서, 전사자료 등을 통해 발굴하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참전용사 한분이라도 더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진력(盡力)하고 있으며, 현재 참전용사 2,152명과 서훈대상자 99명을 추가 발굴했다.

110여년 전 청일, 러일전쟁이 우리 안방에서 일어났고, 64년 전 6,25에는 미국 중국 등 세계 19개국이 우리 땅에서 전쟁을 했다. 전쟁 중에 국민들의 삶은 아비규환이었고 국토는 만신창이가 됐다.

뼈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대비해야한다. 미국 노벨상 수상자 월리엄 포크너는 “과거는 죽지 않았다. 사실은 지나간 것도 아니다”라 했다. 스페인 철학자 조지 산타나야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반복되는 역사로 저주 받는다”고 했다.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와의 대화이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는 오늘이다. 오늘은 과거를 담는 그릇이자 미래로 흐르는 샘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오늘을 있게 한 대한국인(大韓國人) 참전용사와 누란위기에 처한 생전부지의 우리를 위해 피 흘린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최상의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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