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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살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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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살 수 있는 것
  • 전민일보
  • 승인 2014.05.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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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영 수필가

 
담배를 끊은 지 어언 십여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엔 애연가들이 담배소비세를 톡톡히 바치면서도 심한 학대를 받고 있다. 다행히 중독이 심하지 않아서 끊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작심삼일의 반복이었다. 하루 이틀 참다가 식후에 피웠고, 술좌석에서는 잘도 피워댔다. 그 옛날은 애연가 대접이 매우 후했다. 가진 담배가 없어도 허전하면 얻어 피울 수 있는 게 담배인심이었으니까. 거듭된 시행착오 끝에 성공했다.

또래들은 거의 학창시절 그저 호기심에 끌려 피웠으나 나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 감히 그럴 수 없었다. 그런데 1·4후퇴(1951. 1. 4.) 때 국민방위군에 참여해서 교훈을 얻었다. 동원령을 내리고도 일체 보급이 없었다. 남해도에서 하루 주먹밥 세개로 연명하고 있었는데 권연(골연)한 개비와 밥 한덩이와 바꾸는 것을 보았다. 담배에 중독되면 끊기가 어렵다는 사실의 실증이었다. 한국전쟁 중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위 국민방위군사건 때의 일이다.

정식 현역복무는 햇수로 6년, 휴전직후라 긴 세월이었으나 담배가 그렇게 나쁜 줄도 몰랐고 공짜니 안 피울 수 없었다. 늘 이 교훈을 염두에 두었으나 어쩔 수 없이 피웠다. 40여년의 교직생활 때도 사교 상, 직장 분위기에 따라 흡연을 했다. 하루 한 갑 이하로 절제했다고나 할까? 의지(意志)라지만 그래도 끊기 힘들었다.

흡연을 할 때는 담배냄새를 몰랐다. 금연하고 나니 갈수록 냄새가 고약해진다. 흡연자가 지나가기만해도 냄새가 난다. 간접흡연 피해를 주장할만하다. 그래서 흡연 장소규제가 뒤따른 모양이다. 이제 허용장소가 거의 없어 단속에 걸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4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담배 없이도 건강하게 잘 살았다. 담배는 당초 미주 대륙에 거주하는 인디언들이 의약용 또는 의식용으로 사용해 왔다 한다. 약 500년 전인 1492년 스페인의 탐험가인 콜롬버스가 유럽에 전했고,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이 처음 소개했었다. 광해군 초기에 일본에서 정식으로 담배 모종을 수입 재배하게 되었다고 한다. 정확하게 언제 누가 도입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담배에 관한 최초의 문헌은 광해군 6년 이수광(李?光:1563~1452)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 기록되어 있을 뿐이란다.

현대인들은 담뱃대 없이 권연(卷煙:골연)을 피우고 있다. 옛사람들은 긴 담뱃대를 활용해 피웠다. 어느 정도 해로움을 감지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60~70세는 거뜬히 살았다. 연구에 의하면 담배와 수명과의 관계는 담배 1대에 약 5~6분 수명이 단축되고, 하루 1갑이면 1년에 1개월 단축, 30년이면 3년 단축이란다. 실제 아무 탈이 없이 살다가 3년 정도 단축되는 것이 아니고, 10년 정도는 병으로 고생한 뒤 3년 정도 수명이 단축된다고 한다. 15세 전후 흡연 시 최고 20년의 생명이 단축되고, 14배 이상의 사망률을 보인다했다. 일본 모리시다 게이찌 박사는 흡연으로 인한 수명 단축이 10년이라 했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하루 한 갑은 8년, 두갑은 12년이라고 주장하기도한다.

담배 예찬론에는 처음 소개될 때에 담배의 약효를 들먹였고, 조선 중기의 담배 예찬론자들의 글에는 “담(痰)든데 직효가 있고, 소화에 좋고, 엄동에 한기(寒氣)를 막아주고…….”라고 효능을 곧잘 말했다. 남쪽에서 전래된 신령스런 초목이란 뜻의 남령초(南靈草)라는 옛 이름도 있다.

“한밤중에 혼자가 되면 이세상 모두가 내 것이다. 쓸것이 있을 때 자연 담배에 불을 붙인다. 쓰는 일이 잘 나갈 때는 계속 담배를 빤다. 잠깐 책상머리에 불붙은 담배를 놓고 한참 가다 보면 또 다른 담배를 물고 있다.”90을 바라보는 어느 작가가 신문에 기고한 애연송(愛煙頌)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필가인 이양하(李敭河) 교수도 “벤치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담배 한 대를 피울 줄 모르는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제 담배의 위험성을 알아도 금연에 실패하니 “죽을때 죽더라도 피우고 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 자신의 죽음과 맞바꿀수 있는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담배에 대한 호기심을 이제 버릴 일이다. 백해무익한 것이 담배란 말이다.

반드시 알아야 할 사실, 담배에는 약 43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폐암발생 위험률은 흡연 량 및 흡연기간에 정확히 비례한다. 간접흡연도 폐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흡연은 여성의 건강에 특히 나쁘며, 천식 등 자녀들의 건강에도 위험을 초래한다. 빨리 금연해야 효과를 본다. 금연 후 10년이 지나야 폐암 사망률이 30~50% 감소된다 한다. 청소년들에게 꼭 금연교육을 시킬 일이고 기성층에서부터 실천해야 할 일이다.

누구나 그렇게 나쁜 줄 알았으면 당초 흡연을 했겠는가? 그때만 해도 해독을 그리 몰라 호기심에 끌렸을 것이다. 끊고 보니 담배 없이도 잘 살 수 있다. 무책임한판매! 나라의 세수(稅收)도 좋지만 ‘병 주고 약 주는’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기호품(嗜好品)이란 잘못된 생각을 버리자! 행정력을 낭비하는 금연단속의 지원과 시설보다 새롭게 흡연자가 생기지 않도록 선도에 힘쓸 일이다. 사회악(社會惡)인데 흡연이 무슨 권리인가?

적극적인 금연정책으로 흡연자를 정확히 파악하여 권장하고 지원했으면 한다. 진정 노력해도 끊지 못하는 분에게만 흡연자증명서를 발행, 암거래를 막기 위해 소지에게만 담배를 공급해주었으면 좋겠다. 자유롭고 상쾌한 생활공간을 살아가는데 장애물이 담배다. 하루 빨리 건강한 사회가 회복되어 생명과 경제적 손실을 막자. 끊고 보니 제약과 부담이 없고 경쾌하다. 이제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담배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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