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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보호위원회 활동사항
2014년 10월 칼럼 기고
icon 전민일보
icon 2014-10-29 10:59:48  |   icon 조회: 1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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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과 문화

이효숙 전주비전대학교 미용예술과 학과장·본보 독자권익위원

영국의 인류학자 E. B. 타일러는 그의 저서 원시문화(Primitive Culture, 1871)에서 문화는 지식, 신앙, 예술, 도덕, 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 하였다. 이렇듯 문화인류학적인 차원에서 문화를 정의해본다면 문화란 인류에게서만 볼 수 있는 사고체계이며 생활방식이고 삶의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가장 큰 주체가 사람이라는 전제 속에서, 미용 또한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욕구의 표현이며, 소속한 사회와 사람 관계 가운데 습득, 전달되어져서 나타나는 행동양식의 하나로 중요한 문화요소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미용양식은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람들의 의식, 취향과 깊이 연관되어져 있어 획일화된 절대적 기준만을 가지고 접근할 수 없으며,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미용행위나 이와 관련한 소비 형태는 개인, 사회, 국가, 민족차원의 내재된 정체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할 수 있다.

이러한 미용분야를 보통 ‘실용예술’이라고도 분류하는데 타타르키비츠(블라디슬로프 타타르키 비츠; 폴란드 바르샤바 출생의 철학자이자 미학자)는 그의 저서 “美學史”에서 다른 것과 구별 짓는 예술의 특징을 몇 가지 정리하였다.

그 중 예술은 ‘미’를 산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광의적인 차원의 ‘미’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고, 협의적인 차원의 ‘미’는 형식들이 지닌 일종의 평형상태, 명료성, 조화를 말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기저에는 ‘미’에 대한 개념의 이해와 접근, 해석의 적용은 시대나, 각 문화마다 상대적인 차이와 다름이 존재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동·서양의 사상 속에 녹아져있는 '美'의 개념은 그 동기나 개념을 달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동양의 미의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한자어인 “美”는 羊(양 양) + 大(클 대)의 관계로 이루워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문자 자체의 풀이로 보면 “양(羊)이 크다(大).”라는 뜻이겠으나, 중국 유목민들에게 있어 양(羊)은 식량, 의복, 천막 등의 의식주를 해결하고 삶을 영위하게 하는 필수품이었고, 가장 귀한 재산의 가치척도였음을 볼 때, “양이 크다.”함은 넉넉하고 평안하고 좋다함을 나타낸다 하겠다. 따라서 미(美)의 원초적 의미 속에는 “즐거움”, “유쾌함”이라는 본질이 녹아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서양의 경우 바움가르텐《미학Ⅰ-1950, Ⅱ-1958》은 희랍어의 어원적 의미에 따라 미학(美學)을 “감성적 인식의 학문(Scientia Cognitionis Sensitivae)”이라고 규정<美學의 理解, 金文煥, p68>하면서 “Aesthetica”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예술미(藝術美)를 뜻하는 “Aesthetic”의 용어적 의미 속에는 사람들이 보통 미적(美的)인 것이라고 여기는 예쁨(Beauty)은 물론이고 추함, 무서움, 슬픔 등의 비미적(比美的)인 것까지를 포함하는 “모든 감동적인 것”으로서의 보다 넓은 의미(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모든 감정을 포함)가 내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미용문화의 발현과 전개는 다양한 변화를 보이며, 이것은 역시 시대에 따라서도 그 시대의 지배적 사상의 흐름에 의해 다양한 변화를 거듭해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아름답다"는 말과 “행복하다”라는 말은 그 개념의 근원이 일치한다. 아름다움에 대한 감흥 속에서도 행복의 충만함 속에서도 우리는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즐거움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인류가 출현한 이후 사람들의 미용행위는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사물)와 구분하는 특징으로서 지역간, 민족간 다양한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보편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실용의 목적에서 출발하여 치장(治粧), 단장(丹粧)의 수단으로 폭을 넓혀온 미용의 행위는 다양한 문화형태의 변천과 함께 우리의 삶 가운데 필수적이고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표현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삶의 질 향상과 무제한적 경쟁의 시대에 돌입하면서 단순한 멋 내기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자기관리로써 그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또한, 급변하는 시대감각에 부흥하여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브랜드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더욱이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이 인간의 일반적인 정서이고 보면, 미용의 가치는 많은 사람들을 유쾌하게 하고 행복한 자아실현에 대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질 수 있는 행복 중에 하나가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거기에서 느끼는 감흥이라고 생각한다. 또 거기에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창의력과 기량의 소유는 더 큰 축복일 것이다.

외모꾸미기나 사치의 단순한 인식을 너머 시대별, 사회 및 국가별, 혹은 개인의 문화로 표출되어지는 미용의 다양한 의미와 개념을 재해석하고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2014-10-29 1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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